마음이 미어 지던 날 - 김귀녀
김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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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8 10:49
저자 : 김귀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9
출판사 :
마음이 미어 지던 날
김귀녀
며칠 전 남편 고등학교 동창 병실에 다녀왔다. 뇌가 반이나 손상 되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고 알아보지도 못하는 손을 잡고 기도할 때
내 마음은 그저 울컥대기만 했다. 살아온 그의 삶이 너무 안타까워
마음이 미어진다. 열심히 후학들을 위해 대학 강단에서 몸 아끼지
않았다. 안식년에 떠난 외국생활에서도 그를 찾는 여행자와 학생들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가이드까지 했다. 부모를 잘 모신 효자였다.
내 자식 내 형제 돌보듯 돌 본 사람이다. 거짓 없이 진실하게 세상을
산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너무나 무서운 형벌이다. 이제 그가
세상을 하직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그는 제자에게 배신도 당했다.
그런 사람이 생명 연장이라는 호수를 꽂고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며 병실에 있다. 두 딸 역시 눈만 뜨고 있는 아빠를 어쩌지
못해 가슴에 큰 안타까움만 껴안은 채 속울음으로 운다. 자식이지만
그들이 할일은 그것뿐이다. 아빠를 대신해 저 자리에 누울 수도 대신
죽을 수도 없는 일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이 안타까움을 높이 계신 분께 도와주시라는 기도밖에
없다. 생명연장 과연 옳은 답일까. 우리는 일치감치 자식들에게
선포를 했다. 그리고 곧 서명을 할 것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생명연장은 하지 말라고 훗날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 해 가슴만
미어진다. 가슴이 온통 짜릿짜릿 알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온다.
오늘 하루가 나에겐 고통스러운 날이다.
김귀녀
며칠 전 남편 고등학교 동창 병실에 다녀왔다. 뇌가 반이나 손상 되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고 알아보지도 못하는 손을 잡고 기도할 때
내 마음은 그저 울컥대기만 했다. 살아온 그의 삶이 너무 안타까워
마음이 미어진다. 열심히 후학들을 위해 대학 강단에서 몸 아끼지
않았다. 안식년에 떠난 외국생활에서도 그를 찾는 여행자와 학생들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가이드까지 했다. 부모를 잘 모신 효자였다.
내 자식 내 형제 돌보듯 돌 본 사람이다. 거짓 없이 진실하게 세상을
산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너무나 무서운 형벌이다. 이제 그가
세상을 하직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그는 제자에게 배신도 당했다.
그런 사람이 생명 연장이라는 호수를 꽂고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며 병실에 있다. 두 딸 역시 눈만 뜨고 있는 아빠를 어쩌지
못해 가슴에 큰 안타까움만 껴안은 채 속울음으로 운다. 자식이지만
그들이 할일은 그것뿐이다. 아빠를 대신해 저 자리에 누울 수도 대신
죽을 수도 없는 일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이 안타까움을 높이 계신 분께 도와주시라는 기도밖에
없다. 생명연장 과연 옳은 답일까. 우리는 일치감치 자식들에게
선포를 했다. 그리고 곧 서명을 할 것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생명연장은 하지 말라고 훗날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 해 가슴만
미어진다. 가슴이 온통 짜릿짜릿 알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온다.
오늘 하루가 나에겐 고통스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