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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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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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

김윤자 0 378
저자 : 김윤자     시집명 : 별 하나 꽃불 피우다
출판(발표)연도 : 2001년     출판사 : 조선문학
겨울산

김윤자


그렇게 등이 휘신 줄 몰랐습니다.
거칠어진 잔등에
그렇게 골이 깊게 패이신 줄도 몰랐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봄 언덕 오르내리듯 마냥 좋아라
삼백 예순 날 질겅질겅
밟고 다닌 것 죄스럽습니다.

따스한 피가 흐르던 시절에
품안에 파고 들던 산꿩도 산다람쥐도
제 둥지 틀어 떠나가버린 동지 섣달
서릿발같이 서걱이는 한숨만 스미는데
허연 달빛마저 은가마 타고 내려와
성긴 머리에 귀빈인양
상석에 자리하시오면
초로의 섧은 가슴, 어이하시란 말입니까

가을이 으스러진 자리
다 찢긴 베적삼, 잠방이 구겨 깔으시고
등걸잠으로 누우시니
낙조에 걸린 산 그늘이
허리를 휘휘 감아
쓰러져 굳어진 장승인듯 보입니다.

매화 꽃송이같은 노래 깔아드리면 일어나실까
언 입 옹알이며 종일 속삭여드려도
복숭아 속살같은 옛얘기 펼쳐드리면 웃으실까
언 손 내저으며 종일 재롱을 떨어도
쩍쩍 갈라진 살점 사이로 아픔만 토해내실 뿐
바위보다 무거운 표정 그대로이십니다.



겨울산-한국명시선<해뜨는 지평선에서>2004년,시집<별 하나 꽃불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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