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람된 일이지요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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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1 19:07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온유에게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시와시학
외람된 일이지요/이향아
외람된 말씀이지요
지금 나는 몹시 추운 것도 같고
미열에 들떴는지 목도 좀 마릅니다
알고 있는 말은 몇 마디 안 되지만
돌아보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뒷마당에 울렁대는 늦가을 햇볕
이만하면 나도 넉넉한 편이지요
회리바람 쓸려오는 사막의 둔덕에서
눈이 멀었을까요
오직 한 길밖에 보이지 않았다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그 이름을 외우며 살고 싶은 어리석음
시를 쓰다 죽고 싶은 이 맹목을
아무리 생각해도 외람된 일이지요
외람된 말씀이지요
지금 나는 몹시 추운 것도 같고
미열에 들떴는지 목도 좀 마릅니다
알고 있는 말은 몇 마디 안 되지만
돌아보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뒷마당에 울렁대는 늦가을 햇볕
이만하면 나도 넉넉한 편이지요
회리바람 쓸려오는 사막의 둔덕에서
눈이 멀었을까요
오직 한 길밖에 보이지 않았다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그 이름을 외우며 살고 싶은 어리석음
시를 쓰다 죽고 싶은 이 맹목을
아무리 생각해도 외람된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