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온 수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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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온 수평선

이향아 0 314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온유에게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시와시학사
떠나온 수평선/이향아




바다는 노을 속에 빠져 있었다

두꺼비집을 헐었다가 짓고

지었다가 다시 헐며

시간은 모래톱에 지천으로 뒹굴었다

머리칼 쓰다듬고 잦아지는 안개 때문에

무너지는 어깨를 더 깊게 오그리고

더는 아무 말도 소용이 없었다




그까짓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닌가

죽고 살 일이 아니라고 하는가

사무칠 듯 기를 쓰고 춤을 추는 물새

허옇게 바스러진 조개껍데기는

떠나온 수평선을 목이 말라 더듬었다

무엇이 가슴을 절벽처럼 막았다

알고 있는 말이 한 마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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