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기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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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기억으로

봄에 0 416
저자 : 강민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초록의 기억으로/강민경                         


창문 밖
마주 보이는 바위산 다이아몬드 헤드가
범람하는 햇빛과 씨름 중이다
한 달만 가물어도
초록은 온데간데없으니 
누굴 탓할 것인가, 다 제 몸이 척박한 것을
품 안의 숨 넘어가는 초록들 붙잡고, 헉헉
밭은 숨에 갈증 토해낼수록
등 허리 고추 세우는 산등성
산마루가 용쓰듯 꿈틀거린다
요즘 세상에 개천에서 용 안 난다고 하지만
저 다이아몬드 헤드 바위산은 그럴 수는 없다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용이 된 듯
비를 부른다                           
샛바람을 불러들인다                 
풀뿌리 찾아 길게 산그늘 드리우며 
골짜기를 더듬는다                 
비가 올 때까지 햇빛과 다투며   
희망을 내려놓지 않는다           
초록의 기억으로 환생한다         
살아만 있으면 기회가 온다고
생을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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