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리고 연둣빛 노래 / (宵火)고은영


새벽 2시 잠깐 잠에서 깬 후
불면을 출산하는 외로움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의복조차
훌훌 벗어던지고
이제 나는 알몸으로
다시 세상을 향해 서 있습니다

부끄럽지 않습니다
거칠 것 없이 당당합니다
어둠과 마주 보는 저 산과 나
그리고
끝없이 질주하는 것들의 서글픔
어떤 절망도 나를 넘어뜨리지 못했습니다

어둠의 극지에서 나는
그 무겁던 절망의 문을 밀치고
봄의 서곡과 더불어
연녹의 희망과 부푼 꿈으로
설렘에 빠져있습니다

2014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