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애완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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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애완견)

박인걸 0 286
저자 : 박인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3.29     출판사 :
은비(애완견)

뒷산을 오르다 예쁜 애완견을 만난다.
길짐승은 진달래꽃이 피고 져도
만개와 낙화의 희비를 모른다.
가파른 고갯길에 혀를 빼물고 오르지만
목적지가 있어서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산새들 재잘대며 노래를 부르지만
그 소리를 듣지 않는다.
오직 한 곬으로 주인 뒤만 붙잡는다.
개를 만나면 내 가슴이 허물어진다.
나도 그림 같은 말르티와 열 네 해를 살았다.
은비는 나를 아빠라고 불렀다.
은비가 영정 안으로 들어가던 날
다시는 개의 아빠가 되지 않겠다고 했다.
떠나가던 뒷모습에서 슬픈 노랫소리가 보인다.
자유를 주었지만 자유를 싫어했고
예속 된 삶을 은비는 자유라고 느꼈다.
본성을 잃어버린 인간이 갖지 못한 보석이
낮잡아보는 미물에서 별처럼 반짝였다.
망부석 설화보다 더 갸륵함이
은비 가슴에는 불꽃의 빛깔이다.
여든 세 개의 계단을 걸어
어느덧 정상에 발길이 닿았다.
하얀 목련꽃이 은비 표정만큼 곱다.
20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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