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애완견)
박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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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9 07:23
저자 : 박인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3.29
출판사 :
은비(애완견)
뒷산을 오르다 예쁜 애완견을 만난다.
길짐승은 진달래꽃이 피고 져도
만개와 낙화의 희비를 모른다.
가파른 고갯길에 혀를 빼물고 오르지만
목적지가 있어서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산새들 재잘대며 노래를 부르지만
그 소리를 듣지 않는다.
오직 한 곬으로 주인 뒤만 붙잡는다.
개를 만나면 내 가슴이 허물어진다.
나도 그림 같은 말르티와 열 네 해를 살았다.
은비는 나를 아빠라고 불렀다.
은비가 영정 안으로 들어가던 날
다시는 개의 아빠가 되지 않겠다고 했다.
떠나가던 뒷모습에서 슬픈 노랫소리가 보인다.
자유를 주었지만 자유를 싫어했고
예속 된 삶을 은비는 자유라고 느꼈다.
본성을 잃어버린 인간이 갖지 못한 보석이
낮잡아보는 미물에서 별처럼 반짝였다.
망부석 설화보다 더 갸륵함이
은비 가슴에는 불꽃의 빛깔이다.
여든 세 개의 계단을 걸어
어느덧 정상에 발길이 닿았다.
하얀 목련꽃이 은비 표정만큼 곱다.
2020.3.28
뒷산을 오르다 예쁜 애완견을 만난다.
길짐승은 진달래꽃이 피고 져도
만개와 낙화의 희비를 모른다.
가파른 고갯길에 혀를 빼물고 오르지만
목적지가 있어서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산새들 재잘대며 노래를 부르지만
그 소리를 듣지 않는다.
오직 한 곬으로 주인 뒤만 붙잡는다.
개를 만나면 내 가슴이 허물어진다.
나도 그림 같은 말르티와 열 네 해를 살았다.
은비는 나를 아빠라고 불렀다.
은비가 영정 안으로 들어가던 날
다시는 개의 아빠가 되지 않겠다고 했다.
떠나가던 뒷모습에서 슬픈 노랫소리가 보인다.
자유를 주었지만 자유를 싫어했고
예속 된 삶을 은비는 자유라고 느꼈다.
본성을 잃어버린 인간이 갖지 못한 보석이
낮잡아보는 미물에서 별처럼 반짝였다.
망부석 설화보다 더 갸륵함이
은비 가슴에는 불꽃의 빛깔이다.
여든 세 개의 계단을 걸어
어느덧 정상에 발길이 닿았다.
하얀 목련꽃이 은비 표정만큼 곱다.
202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