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두봉의 누구 묘지
뜨라레
0
277
2020.03.30 16:54
저자 : 강희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4
출판사 :
잠두봉蠶頭峰의 누구 묘지墓地
- 강희창
혈맥血脈 가지런히 내리뻗어
멀리 구름 밑에 금강錦江이 걸리면
이마에 구슬이 빛나는
뒤에는 산, 앞에는 좌에서 우로 냇물 흘러
금계錦鷄가 알을 품는다는 땅이란다
누에 머리 자르면 재앙災殃든다고
소문의 진원지는 무덤이겠지
말은 안해도 다들 그러려니 하더라
그래, 자르거라, 동강내거라
칼로 베어도 그리 벨까
혈은 버려도 맥은 사나니
홍수로 강물 넘기던 정축년 여름
절토切土 공사장 인부 둘이 죽고서야
바쳐 올린 고사告祀 발이 선 줄 알더니
잠두봉 그늘이 닿는 곳이면
한 해에 두 명꼴로 제물祭物 가져가더만
시원스레 새로 뻗은
대진 고속도로(그것도 혈맥이다) 위로
싸 짊어지고 내달리는
후손들 기다란 귀성행렬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쌍분 따사로이 햇볕 받아내며.
- 강희창
혈맥血脈 가지런히 내리뻗어
멀리 구름 밑에 금강錦江이 걸리면
이마에 구슬이 빛나는
뒤에는 산, 앞에는 좌에서 우로 냇물 흘러
금계錦鷄가 알을 품는다는 땅이란다
누에 머리 자르면 재앙災殃든다고
소문의 진원지는 무덤이겠지
말은 안해도 다들 그러려니 하더라
그래, 자르거라, 동강내거라
칼로 베어도 그리 벨까
혈은 버려도 맥은 사나니
홍수로 강물 넘기던 정축년 여름
절토切土 공사장 인부 둘이 죽고서야
바쳐 올린 고사告祀 발이 선 줄 알더니
잠두봉 그늘이 닿는 곳이면
한 해에 두 명꼴로 제물祭物 가져가더만
시원스레 새로 뻗은
대진 고속도로(그것도 혈맥이다) 위로
싸 짊어지고 내달리는
후손들 기다란 귀성행렬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쌍분 따사로이 햇볕 받아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