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목로에서(1) / 박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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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목로에서(1) / 박얼서

박얼서 0 372
저자 : 박얼서     시집명 : 인생극장 길 따라 생각 따라
출판(발표)연도 : 2020     출판사 : 한국문학방송
왜목로에서(1) / 박얼서 

이른 새벽부터 바퀴를 숨차게 굴리다 보니 어느덧 석양을 등에 걸쳤다
오늘도 길 위에서 미끄럼 타 듯이 하루를 달렸다
여긴 왜목로이다 

지금부턴 운전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 올라야 하는 오십여 분
자전거와 함께 걷는다
이런저런 생각들 펼쳐놓고 어깨동무하고 걷는다
눈부신 봄날이다 

재작년 그 언젠가
산자락에 진달래꽃 만발하던 날
경각산 어느 무덤가에서 늙은 거지를 만났었지
그 행려병자에게도 젊음 한때의 기억들은 모두 다 눈부신 아름다운 봄날이었다
인턴시험에서 수석을 기록한 일이며
신제품에 성공한 사례들까지
정신없이 바삐 살아야만 했던 그 옛 시절들이
얼마나 값진 봄날이었으랴 

건강, 가족, 재산까지 가진 것 다 잃고도
그때 그 봄날만은, 기억의 보옥 그 몇 조각만은
결코 잃을 수 없다며
해진 신분을 벗어던진 당당한 눈빛으로
넉넉한 언담으로
자신의 봄날들을 꼿꼿이 기억했다. 그는 

여긴 왜목로이다
길 위에 선
오늘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봄날이다
석양을 더한 눈부신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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