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목로에서(5) / 박얼서 

인류가 이룬 놀랄만한 금자탑 하나 손꼽아 보다가
일순간 혼란에 빠져들어 길을 잃고 말았다

첨단 과학이 결합된 인공위성? 우주 왕복선?
두바이에 163층 부르즈 할리파? 최신형 스마트폰?
그 어느 것도 한 시대를 잠깐 들썩였을 뿐
단연코 영원한 업적으로 남을 수 없었다

하나 그 길을 찾기 위한 위대한 상상들이 있었기에
그 답은 역시 길속에 있었음을 얼른 깨달았다
오늘을 만든 건 숱한 길 위의 역사였다 

길이 아니면 절대로 가지 말라고 당부하시던
선현들도 인생길 바로 그길 위에서 생을 마쳤다 

내가 지금 왜목로 산중턱을 숨차게 오르며
먼 나라밖과 영상통화를 즐기는 오늘 이 시대에도
길은 언제나 길에서 길로 무한을 꿈꾼다
오늘은 안개가 짙어 길이 자못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