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두려운 것은 / 안재식
안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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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6 15:48
저자 : 안재식
시집명 : 문학의 뜰
출판(발표)연도 : 2018
출판사 :
내가 두려운 것은
소정 안재식(1942~. 서울)
도치골 터줏대감 김 할배는
병아리 사러 오일장엘 나갔다가
문 닫힌 단골가게 앞에서
나침판을 잃고 장터를 헤맸단다
나도
수십 년간 다니던 이발소가 실종되어
이젠 미장원엘 다닌다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없어진 게 너무 많은 요즘
길을 나서기 무섭고
낙엽처럼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
때문에 전화 받기 안쓰럽다
더욱이 나를 슬프게 하는 건
달빛 숨소리 들으려 귀를 열고
바람 그림자 찾으려 눈들 뜨던
그들의 봄날이 고여 있는 무대가
적막해진 까닭이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사람이 사라진 집은
ㅡ 《문학의 뜰 2018》게재.
▶안재식(安在植 : 1942-)
시인, 아동문학가, 아호 소정(小亭). 1985.작품집《꽃동네 아이들》로 등단, 《자유문학》 시부문 천료. 한국문인협회 편집위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소정문학회/중랑문학대학 출강. 환경부장관 표창(1997.문학부문), 한국아동문학작가상 외. 시가곡〈그리운 사람에게〉 등 15곡. 저서《야누스의 두 얼굴》 등 20여권. green21an@hanmail.net
소정 안재식(1942~. 서울)
도치골 터줏대감 김 할배는
병아리 사러 오일장엘 나갔다가
문 닫힌 단골가게 앞에서
나침판을 잃고 장터를 헤맸단다
나도
수십 년간 다니던 이발소가 실종되어
이젠 미장원엘 다닌다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없어진 게 너무 많은 요즘
길을 나서기 무섭고
낙엽처럼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
때문에 전화 받기 안쓰럽다
더욱이 나를 슬프게 하는 건
달빛 숨소리 들으려 귀를 열고
바람 그림자 찾으려 눈들 뜨던
그들의 봄날이 고여 있는 무대가
적막해진 까닭이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사람이 사라진 집은
ㅡ 《문학의 뜰 2018》게재.
▶안재식(安在植 : 1942-)
시인, 아동문학가, 아호 소정(小亭). 1985.작품집《꽃동네 아이들》로 등단, 《자유문학》 시부문 천료. 한국문인협회 편집위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소정문학회/중랑문학대학 출강. 환경부장관 표창(1997.문학부문), 한국아동문학작가상 외. 시가곡〈그리운 사람에게〉 등 15곡. 저서《야누스의 두 얼굴》 등 20여권. green21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