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서 시를 읽다
정촌
0
395
2020.07.03 20:03
저자 : 정촌 김동기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
출판사 :
풀밭에서 시를 읽다
강촌의
시객들이
풀밭에 앉아서
나비처럼
풀꽃 같은 시를 쓰고
풀꽃 같은 시를
벌처럼 읽습니다
새에게 물어보고
꽃에게 아뢰어도
워낙 깊이 박힌 시심이
쉬이 흐르는 냇물처럼
수리수리 나올 리 없지요
편백나무 밑 둥
뚝딱 뚝딱 파내려 보지만
잔뿌리 얼기설기 마음 어지럽히고
기둥에 등을 기댄 채
하고 싶은 말 쏟아 내려다
되레 바람에 흔들리는
푸성귀 같은 낱말을
한 짐 가득
담네요
오후쯤 되어
도란도란 흐르는 강촌에
엷은 그림자
드리워지기 시작합니다
그제서 강 건너
옛사랑 안부를 물으며
어떤 이는 그리움에 웃고
누구는 서럽게 웁니다
웃거나 말거나
울거나 말거나 풀꽃들은
삐딱하게 드러누워서
그럴 테면 그러라지 뭐
식이구요 시객들도
아름다운 불륜의 죄
사랑하지 않은 사랑을 모독한 죄
나루터 여울목에
자음과 모음을 섞어서
가늘고 쉰 목소리로
한 가닥씩 뽑아 씻습니다
시객들은
장원이 누군들
차상이 누가 되든
상관하지 않고
연연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받아서 기쁘고
주어서 즐겁기만 하는
백일장원의 시객이
나뭇가지에 핀 한 송이
꽃처럼 아니 별처럼
끝말을 매답니다
좋으네
참 기쁘네
벼슬은 아니지만
벼슬 같아서 상이 나를
웃게 하네
강촌의
시객들이
풀밭에 앉아서
나비처럼
풀꽃 같은 시를 쓰고
풀꽃 같은 시를
벌처럼 읽습니다
새에게 물어보고
꽃에게 아뢰어도
워낙 깊이 박힌 시심이
쉬이 흐르는 냇물처럼
수리수리 나올 리 없지요
편백나무 밑 둥
뚝딱 뚝딱 파내려 보지만
잔뿌리 얼기설기 마음 어지럽히고
기둥에 등을 기댄 채
하고 싶은 말 쏟아 내려다
되레 바람에 흔들리는
푸성귀 같은 낱말을
한 짐 가득
담네요
오후쯤 되어
도란도란 흐르는 강촌에
엷은 그림자
드리워지기 시작합니다
그제서 강 건너
옛사랑 안부를 물으며
어떤 이는 그리움에 웃고
누구는 서럽게 웁니다
웃거나 말거나
울거나 말거나 풀꽃들은
삐딱하게 드러누워서
그럴 테면 그러라지 뭐
식이구요 시객들도
아름다운 불륜의 죄
사랑하지 않은 사랑을 모독한 죄
나루터 여울목에
자음과 모음을 섞어서
가늘고 쉰 목소리로
한 가닥씩 뽑아 씻습니다
시객들은
장원이 누군들
차상이 누가 되든
상관하지 않고
연연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받아서 기쁘고
주어서 즐겁기만 하는
백일장원의 시객이
나뭇가지에 핀 한 송이
꽃처럼 아니 별처럼
끝말을 매답니다
좋으네
참 기쁘네
벼슬은 아니지만
벼슬 같아서 상이 나를
웃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