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의 슬픔
김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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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8 13:07
저자 : 김용화
시집명 : 비 내리는 소래포구에서
출판(발표)연도 : 2009
출판사 : 시와시학사
살아 있는 것의 슬픔
시를 쓰다 시집을 못 간 K 시인한테서
전화가 왔다
살아 있는 것이 슬퍼졌단다
나도 가끔 슬퍼질 때가 있다고 말해 주고
오늘 밤부터는 시를 끊고
술을 조금씩 마셔볼 것을 권해 봤다
며칠 후 다시 전화가 왔다
그녀답잖게 눈물 섞인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살아 있는 것이 더더욱 슬퍼졌단다
나는 살아 있는 것이 행복해서
술을 마신다고 말해 주고
주량을 좀 더 높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말을 건네봤다
누구를 놀리냐며 냉큼 전화를 끊어 버렸다
곰곰 생각하다 먼저 전화를 걸었다
혀 꼬부라진 소리로 나는, 한사코
같은 말만 같은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시를 쓰다 시집을 못 간 K 시인한테서
전화가 왔다
살아 있는 것이 슬퍼졌단다
나도 가끔 슬퍼질 때가 있다고 말해 주고
오늘 밤부터는 시를 끊고
술을 조금씩 마셔볼 것을 권해 봤다
며칠 후 다시 전화가 왔다
그녀답잖게 눈물 섞인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살아 있는 것이 더더욱 슬퍼졌단다
나는 살아 있는 것이 행복해서
술을 마신다고 말해 주고
주량을 좀 더 높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말을 건네봤다
누구를 놀리냐며 냉큼 전화를 끊어 버렸다
곰곰 생각하다 먼저 전화를 걸었다
혀 꼬부라진 소리로 나는, 한사코
같은 말만 같은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