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밤
정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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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0 09:28
저자 : 정촌 김동기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
출판사 :
햇밤
햇밤송이가
가을 뒷산 쪽에서
고슴도치 같은
찐한 갈색 배를 까고
하늘 본다
달빛에
성근 밤알들이
인적 드문 동굴 속에서
지들 방식대로
달콤한 언어의 불륜인가 싶더니
해 뜨자 세상은 달라지고
사랑이
다 끝났다는 듯
이제 어쩔 셈인가
이웃 아줌마들이
햇살과 함께 주섬주섬
자루에다 혹은 배낭에다
담는다
어디로 가나
가더라도 몸값은 받고 가나
저만의 삶은
잘 먹고
잘 놀다 가는 것인데
아버진 붉은 햇밤 좋아하셨지
어머닌 빨간 대추 좋아하셨지
밤을 까다 꿀밤 한 대 맞고
대추 먹다가 씨에 걸려서
혼났었지
추석에 잘 생긴
햇밤 차려야겠네
대추도 드려야겠네
보름달 같은
환한 웃음 지으시며
좋아하시겠지
햇밤송이가
가을 뒷산 쪽에서
고슴도치 같은
찐한 갈색 배를 까고
하늘 본다
달빛에
성근 밤알들이
인적 드문 동굴 속에서
지들 방식대로
달콤한 언어의 불륜인가 싶더니
해 뜨자 세상은 달라지고
사랑이
다 끝났다는 듯
이제 어쩔 셈인가
이웃 아줌마들이
햇살과 함께 주섬주섬
자루에다 혹은 배낭에다
담는다
어디로 가나
가더라도 몸값은 받고 가나
저만의 삶은
잘 먹고
잘 놀다 가는 것인데
아버진 붉은 햇밤 좋아하셨지
어머닌 빨간 대추 좋아하셨지
밤을 까다 꿀밤 한 대 맞고
대추 먹다가 씨에 걸려서
혼났었지
추석에 잘 생긴
햇밤 차려야겠네
대추도 드려야겠네
보름달 같은
환한 웃음 지으시며
좋아하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