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애야
정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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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5 19:21
저자 : 정건우
시집명 : 날것
출판(발표)연도 : 2009
출판사 : 문학의전당
미애야 / 정건우
오랜만에 김형이 또
느지막하게 취했나 보다
말없이 사는 일에 이골난 그가
취하면 똑 고향 옛집 토담으로 보인다던
아파트 담벼락을 안으려 버둥대며
아내를 부르는 모양이다
미애야
미애 야 아
부를수록 뭉글어지는 그 소리가
어슴푸레한 단잠을 비집고
운명하는 사람 유언처럼 그르렁대는데
반쯤 열린 귀밑으로
억장이 무너져 나뒹군다
지척에 마누라는
잠꼬대로 넘어가는 달 없는 한밤
손가락이 몽땅 뭉개지도록
부둥켜안고 싶은 가슴이
내게도 있었던가
저리 부르다 목젖이 문드러질 이름이
하나라도 있었던가.
오랜만에 김형이 또
느지막하게 취했나 보다
말없이 사는 일에 이골난 그가
취하면 똑 고향 옛집 토담으로 보인다던
아파트 담벼락을 안으려 버둥대며
아내를 부르는 모양이다
미애야
미애 야 아
부를수록 뭉글어지는 그 소리가
어슴푸레한 단잠을 비집고
운명하는 사람 유언처럼 그르렁대는데
반쯤 열린 귀밑으로
억장이 무너져 나뒹군다
지척에 마누라는
잠꼬대로 넘어가는 달 없는 한밤
손가락이 몽땅 뭉개지도록
부둥켜안고 싶은 가슴이
내게도 있었던가
저리 부르다 목젖이 문드러질 이름이
하나라도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