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밥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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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1 12:01
저자 : 이철수
시집명 : 무서운 밥
출판(발표)연도 : 2019
출판사 : 문학의 전당
무서운 밥 / 이철수
늙은 아버지가 젊은 아들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거룩한 일
밥을 먹는다는 것은 행복한 모험
얼얼하게 휘어진 생의 등뼈를 곧게 펴는 일
지는 해를 끌어다 허리춤에 묶고 내일 아침 다시
동편 산봉우리 위로 불끈 밀어 올리는 거대한 힘
뉘엿뉘엿 석양마루 끝에 앉아 여지껏
밥을 먹는 구순九旬의 아버지여
찬 구들에 불 들어가듯 아버지 몸 안으로 뜨신 밥이 드신다
아들이 아버지의 수저에 아직 상하지 않은 해의 싱싱한 속살을 발라
한 점 한 점 꽃잎처럼 얹어 드린다
버짐꽃 핀 구순九旬의 아버지가 수저 쥔 손을 바르라니 떠신다
아버지, 밥이 흔들려요 밥알이 어지러워요
흘린 밥알들이 무릎 위로 쿵하고 주저앉는다
무릎뼈가 삐걱하고 꺾이는 소리
저 천근天斤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아버지여
요단강을 건너는 듯 멀고 고단한 밥의 행렬
평생 밥의 신전을 떠나지 못하고 그 지존의 문을 지키셨던 아버지가
이제 밥의 입구에서 일생의 입질을 회개하시는지
덜덜덜덜 손을 떠신다 삐질삐질 땀 흘리신다
밥상이 온통 노을빛이다
늙은 아버지가 젊은 아들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거룩한 일
밥을 먹는다는 것은 행복한 모험
얼얼하게 휘어진 생의 등뼈를 곧게 펴는 일
지는 해를 끌어다 허리춤에 묶고 내일 아침 다시
동편 산봉우리 위로 불끈 밀어 올리는 거대한 힘
뉘엿뉘엿 석양마루 끝에 앉아 여지껏
밥을 먹는 구순九旬의 아버지여
찬 구들에 불 들어가듯 아버지 몸 안으로 뜨신 밥이 드신다
아들이 아버지의 수저에 아직 상하지 않은 해의 싱싱한 속살을 발라
한 점 한 점 꽃잎처럼 얹어 드린다
버짐꽃 핀 구순九旬의 아버지가 수저 쥔 손을 바르라니 떠신다
아버지, 밥이 흔들려요 밥알이 어지러워요
흘린 밥알들이 무릎 위로 쿵하고 주저앉는다
무릎뼈가 삐걱하고 꺾이는 소리
저 천근天斤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아버지여
요단강을 건너는 듯 멀고 고단한 밥의 행렬
평생 밥의 신전을 떠나지 못하고 그 지존의 문을 지키셨던 아버지가
이제 밥의 입구에서 일생의 입질을 회개하시는지
덜덜덜덜 손을 떠신다 삐질삐질 땀 흘리신다
밥상이 온통 노을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