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손톱을 깎으며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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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손톱을 깎으며 - 정호승

국화꽃향기 0 5017
저자 : 정호승     시집명 : 내가 사랑하는 사람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열림원
아기의 손톱을 깎으며

 정 호 승


잠든 아기의 손톱을 깎으며
창 밖에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본다
별들도 젖어서 눈송이로 내리고
아기의 손등 위로 내 입술을 포개어
나는 깎여져나간 아기의
눈송이같이 아름다운 손톱이 된다

아가야 창 밖에 함박눈 내리는 날
나는 언제나 누군가를 기다린다
흘러간 일에는 마음을 묶지 말고
불행을 사랑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했다
날마다 내 작은 불행으로
남을 괴롭히지는 않아야 했다

서로 사랑하기 위하여 태어난 사람들이
서로 고요한 용기로써
사랑하지 못하는 오늘밤에는 아가야

숨은 저녁해의 긴 그림자를 이끌고
예수가 눈 내리는 미아리고개를 넘어간다

아가야 내 모든 사랑의 마지막 앞에서
너의 자유로운 삶의 손톱을 깎으며
가난한 아버지의 추억을 주지 못하고
아버지가 된 것을 가장 먼저 슬퍼해보지만
나는 지금 너의 맑은 손톱을
사랑으로 깎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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