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지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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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없지 - 박노해

poemlove 0 4473
저자 : 박노해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멈출 수 없지

 박노해


빨리 빨리
바삐 아침을 지어먹고
만원버스 따라 뛰며
종종종 바쁘게 걸어
후닥닥 작업복 갈아입고
쓰왜엥 ---
열나게 하루를 돈다

긴 식사대열
식반을 받쳐들고
국에 말아 훌 마시고
화장실 가서 찌익 오줌 누고 뭐 볼 틈도 없이
뻑뻑 담배 한 대 굽고
연장노동 들어가면
전쟁터처럼 정신없이
굉음 속에 기계는 돌아가고
스피커 악악거리는
박자 빠른 디스코를
따라잡기엔 지쳐버렸다

땀에 절어 맥풀린 얼굴들로
종종걸음 치며 공장문을 쏟아져나와
인사조차 못 나눈 채
검은 어둠 속으로 흩어지고
비탈진 골목길을 숨가쁘게 오르며
나는 때리면 돌아가는 팽이라고
거대한 탈수기에 넣어져 돌리면
돌릴수록 쥐어짜지는 빨래라고
하루, 일년, 죽을 때까지
정신없이 따라 돌며
정신없이 바뀌는 세상에
눈빛도 미소도 생각조차
속도 속에 빼앗겨버렸어

전력을 다 짜내어 뛰어도
갈수록 멀어져만 가는
황새를 뱁새걸음으로,
공작새를 장닭으로,
승용차를 맨발로 따라 뛰며
죽기까지 손발을 멈출 수 없지
걷고 싶어도 주저앉고 싶어도
채찍보다 더 무서운
살아야 한다는 것,
노동자의 운명은
죽음이 아니라면 멈출 수 없지

오늘도 내일도
가면 갈수록 바쁘게 뛰어야 하는
갈수록 가진 것 없고 졸라매야 하는
고도로, 번영으로
급성장하는
우리는 복지국가 대한민국
뺑이치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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