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라 불렀는데, 똥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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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라 불렀는데, 똥이 될 때

가을 0 2279
저자 : 유하-     시집명 : 무림일기
출판(발표)연도 : 1989     출판사 : 문예중앙
꽃이라 불렀는데, 똥이 될 때

                                    유  하


이 곰은 성질이 사나워서
사람을 해치기도 합니다
불곰이 갇힌 철창 으시시한 푯말 앞에서
저 곰 바보 같애
실없이 웃고 있는 구경꾼들
무엇이 성질이 불 같은 정글의 왕자를
실없는 바보로 만드는가

갇혀 있기에 길들여진 것은
엉덩이에 까맣게 똥이 눌러붙은
저 꽃사슴 떼처럼
추하다

이 시는 아름답습니다
꽃향기가 납니다
나도 푯말만 내걸은 적은 없는가
동물원 꽃사슴 같은 시만
푯말 걸고 노니는 시대에
갇힌 철창 속에서도
똥을 꽃으로 만개시키는 이들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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