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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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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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타 1

저자 : 유하-     시집명 :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출판(발표)연도 : 1991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미란타 1 
 
                            유 하

 
지하철에서 아침 신문을 보다 일순 가슴이 덜컥했어
죽은 독재자가 대문짝만하게 나를 노려보며
잔뜩 무게를 잡고 앉아 있더군 정, 신차리라고 보니까
그 독재자와 닮은 용모 때문에 단단히 한큐 잡은
탤런트가 위장약 선전을 하는 광고란이었어
나도 위장병으로 몇 개월 시달려봐서 아는데
쓰린 속을 달래는 데는 단연 미란타가 따봉이지
헐은 위벽을 순식간에 땜빵해주는 하얀 액의 위장약
근데 어느 날 의사가 미란타의 장복을 말리는 거야
식이 요법 같은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 약의 효과는 극히 일시적이라는 거지
아니, 오히려 위를 더욱 해칠 수가 있대
그쪽 방면은 문외한이지만 그 말이 얼른 이해가 되더만
고통을 호소하는 위의 입을 콘크리트쳐버리면
당장 침묵하겠지만 그게 어디 오래가겠어
한데 말야, 삼천만이 개운한 기분으로 펼쳐드는 아침신문에
오랜 위통처럼 만인을 괴롭히다 죽은 사람이 떡하니 나타나
아무런 미안타는 기색도 없이 미란타를 권하는 이 현 실을,
이따금 재발하는 위염의 쓰린 기운처럼 곰곰이 씹어대고있는데
문득 누군가 고리짝 철 지난 약 선전을 오늘에 되살리고 있었어

그래도 보릿고개 때 생긴 위장병을 잡은 분이 바로 그분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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