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2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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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0 01:17
저자 : 유하-
시집명 :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출판(발표)연도 : 1991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2
유 하
압구정동은 체제가 만들어낸 욕망의 통조림 공장이다
국화빵 기계다 지하철 자동 개찰구다 어디 한번 그 투
입구에
당신을 넣어보라 당신의 와꾸를 디밀어보라 예컨대 나
를 포함한 소설가 박상우나
시인 함민복 같은 와꾸로는 당장은 곤란하다 넣자마자
띠 ----- 소리와 함께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그 투입구에 와꾸를 맞추고 싶
으면 우선 일 년간 하루 십 킬로의
로드윅과 새도 복싱 등의 피눈물 나는 하드 트레이닝
으로 실버스타 스탤론이나
리차드 기어 같은 샤프한 이미지를 만들 것 일단 기본
자세가 갖추어지면
세 겹 주름바지와, 니트, 주윤발 코트,장군의 아들 중
절모, 목걸이 등의 의류 액세서리 등을 구비할 것 그 다음
미장원과 강력 무쓰를 이용한 소방차나 맥가이버 헤어
스타일로 무장할 것
그걸로 끝나냐? 천만에, 스쿠프나 엑셀 GLSi의 핸들을
잡아야 그때 화룡점정이 이루어진다
그 국화빵 통과 제의를 거쳐야만 비로소 압구정동 통조림통 속으로 풍덩 편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곳 어디를 둘러보라 차림새의 빈부 격차가 있는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욕망의 평등 사회이다 패선의 사
회주의 낙원이다
가는 곳마다 모델 탤런트 아닌 사람 없고 가는 곳마다
술과 고기가 넘쳐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 미국서 똥
구루마 끌다 온 놈들도 여기선 재미 많이 보는 재미 동포
라 지화자, 봄날은 간다 ----
해서, 세속도시의 즐거움에 동참하고 싶은 자들 압구
정동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길 힘쓰는구나
투입구의 좁은 문으로 몸을 막 우겨넣는구나 글쟁이들
과 관능적으로 쫙 빠진 무용수들과의 심리적 거리는, 인
사동과 압구정동과의 실제 거리에 비례한다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오, 욕망과 유혹의 삼투압이여
자, 오관으로 느껴보라, 안락하게 푹 절여진 만화방창
각종 쾌락의 묘지, 체제의 꽁치 통조림 공장, 그 거대한
피스톤이, 톱니바퀴가 검은 기름의 몸체를 번득이며 손짓
하는 현장을
왕성하게 숨막히게 숨가쁘게
그러나 갈수록 쎅시하게
바람이 분다 이곳에 오라
바람이 분다 이곳에 오라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래도 이곳에 오라
유 하
압구정동은 체제가 만들어낸 욕망의 통조림 공장이다
국화빵 기계다 지하철 자동 개찰구다 어디 한번 그 투
입구에
당신을 넣어보라 당신의 와꾸를 디밀어보라 예컨대 나
를 포함한 소설가 박상우나
시인 함민복 같은 와꾸로는 당장은 곤란하다 넣자마자
띠 ----- 소리와 함께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그 투입구에 와꾸를 맞추고 싶
으면 우선 일 년간 하루 십 킬로의
로드윅과 새도 복싱 등의 피눈물 나는 하드 트레이닝
으로 실버스타 스탤론이나
리차드 기어 같은 샤프한 이미지를 만들 것 일단 기본
자세가 갖추어지면
세 겹 주름바지와, 니트, 주윤발 코트,장군의 아들 중
절모, 목걸이 등의 의류 액세서리 등을 구비할 것 그 다음
미장원과 강력 무쓰를 이용한 소방차나 맥가이버 헤어
스타일로 무장할 것
그걸로 끝나냐? 천만에, 스쿠프나 엑셀 GLSi의 핸들을
잡아야 그때 화룡점정이 이루어진다
그 국화빵 통과 제의를 거쳐야만 비로소 압구정동 통조림통 속으로 풍덩 편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곳 어디를 둘러보라 차림새의 빈부 격차가 있는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욕망의 평등 사회이다 패선의 사
회주의 낙원이다
가는 곳마다 모델 탤런트 아닌 사람 없고 가는 곳마다
술과 고기가 넘쳐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 미국서 똥
구루마 끌다 온 놈들도 여기선 재미 많이 보는 재미 동포
라 지화자, 봄날은 간다 ----
해서, 세속도시의 즐거움에 동참하고 싶은 자들 압구
정동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길 힘쓰는구나
투입구의 좁은 문으로 몸을 막 우겨넣는구나 글쟁이들
과 관능적으로 쫙 빠진 무용수들과의 심리적 거리는, 인
사동과 압구정동과의 실제 거리에 비례한다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오, 욕망과 유혹의 삼투압이여
자, 오관으로 느껴보라, 안락하게 푹 절여진 만화방창
각종 쾌락의 묘지, 체제의 꽁치 통조림 공장, 그 거대한
피스톤이, 톱니바퀴가 검은 기름의 몸체를 번득이며 손짓
하는 현장을
왕성하게 숨막히게 숨가쁘게
그러나 갈수록 쎅시하게
바람이 분다 이곳에 오라
바람이 분다 이곳에 오라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래도 이곳에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