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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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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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장난

가을 0 1884
저자 : 문정희     시집명 : 꿈꾸는 눈썹
출판(발표)연도 : 1990     출판사 : 신원문화사
소꿉장난
 
                    문정희
 
 
사랑하는 그 애
오래 물 속에 같이 살고 싶은
물고기 같은 남자
글쎄, 일곱 살에 벌써 사내가 된
미운 그 남자.

"너는 엄마고 나는 아빠다"
꽃잎 빻아 김치 담아
아침먹고 점심먹고 저녁먹고
그리고 그담엔 할 일이 없어
조금 생각해 보다가
엄마 아빠처럼 포개 자버린 애

사랑하는 그 애
맹수 같은 한숨 후르륵 몰아쉬며
땅을 박차고 튀어오르는 폭풍우

글쎄 그 속에 내 생애를 사납게 가둬 버린
미운 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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