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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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가 자라고 있다

저자 : 조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아이 하나가 자라고 있다

                                조  은


껌을 파는 다섯 살 안팎의 사내아이가
자기 몸뚱이만한 가방을 껌으로 채워 아장아장
승객들에게 껌을 하나씩 돌리고 있다
의아한 사람들은 급소인 눈을 뜨고
백원짜리 동전 두 개를 아이의 턱 위로 내밀고
표정도 없이 아이는 동전을 움켜쥔다
동전이 있는 곳마다 통로가 열린다
길이 먼 나를 태운 지하철 문은 잘 열리지 않고
아이는 대상을 앞에 두고 집요하게 기다린다
이윽고 군인도 옆자리 학생도 주머니를 더듬는다
모자를 뒤집어 십원짜리 동전을 쏟아 세고 있는 일등병과
동전이 없어 아이와 곁의 사람들이 무서운 나는
어디로 치닫고 있는 이 지하철 안의 공기를
이기지 못해 창밖을 본다 캄캄하고 지루한

서울 가장 낮은 통로에서 헐떡이는 지하철
사람들은 입은 옷이 몸보다 무거운지 땀을 흘리고
아이 하나가 이상처럼 화근처럼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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