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성묘를 가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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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성묘를 가서였습니다

저자 : 구순자     시집명 : 겨울을 나는 장미
출판(발표)연도 : 1996     출판사 : 사람들
첫 성묘를 가서였습니다
 
                            구순자
 
 
상석에 음식을 차려놓고
술을 따라놓고
윤진이와 주화가 절을 했습니다
주화의 친구 수현이도 절을 했습니다

당신 무덤 옆에 앉아
술을 마시고
생수를 마시고
상석에 차려졌던 음식을 먹으면서
당신의 죽음에 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너무 급작히 당한 일이라서
아무 경황이 없던 그때와는 다르게
나무가 보이고 하늘이 보인다고
당신의 형수님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낯설고 어색한 당신의 무덤만이 보였습니다

술을 마신 김에 노래나 부르자고 했습니다
당신을 위로해 드리자고 했습니다
다음에 올 때는 카세트 있는
라디오를 가져오자고 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음악을 들려드리자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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