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세가 있다는 것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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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2 20:57
저자 : 구순자
시집명 : 겨울을 나는 장미
출판(발표)연도 : 1996
출판사 : 사람들
내세가 있다는 것을
구순자
믿기로 했다
내세가 있다는 것을
나 다음에 내세에 가게 되면
나보다 먼저 간 그이를 만나
오늘의 나를 알려야 한다
아침에 눈이 떠지는 순간부터
밤 늦게 잠드는 순간까지
아니 잠이 든 꿈 속에서까지
나를 따라다녔느냐고
물어보아야 한다
밥을 먹을 때도
모로 누울 때도
내 곁에 있었느냐고
나 눈물을 흘릴 때
차를 타고 외출을 할 때도
나와 함께 있었느냐고
물어보아야 한다
만약에 내세에서 만난 그가
그렇게 않았다고 한다면
따져야 한다
팔십세까지 살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큰 소리 쳐놓고
오십일세도 못살고
가는 데가 어디 있느냐고
현세에서처럼 왜 나를 속이느냐고
구순자
믿기로 했다
내세가 있다는 것을
나 다음에 내세에 가게 되면
나보다 먼저 간 그이를 만나
오늘의 나를 알려야 한다
아침에 눈이 떠지는 순간부터
밤 늦게 잠드는 순간까지
아니 잠이 든 꿈 속에서까지
나를 따라다녔느냐고
물어보아야 한다
밥을 먹을 때도
모로 누울 때도
내 곁에 있었느냐고
나 눈물을 흘릴 때
차를 타고 외출을 할 때도
나와 함께 있었느냐고
물어보아야 한다
만약에 내세에서 만난 그가
그렇게 않았다고 한다면
따져야 한다
팔십세까지 살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큰 소리 쳐놓고
오십일세도 못살고
가는 데가 어디 있느냐고
현세에서처럼 왜 나를 속이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