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퓌스의 벤취에서
유용선
0
1822
2004.11.16 00:59
저자 : 구상-
시집명 : 드레퓌스의 벤취에서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드레퓌스의 벤취에서
- 도형수(徒型囚) 짱의 독백
구상
빠삐용! 이제 밤바다는 설레는 어둠뿐이지만 코코 야자 자루에 실려 멀어져간 자네 모습이야 내가 죽어 저승에 간들 어찌 잊혀질 건가!
빠삐용! 내가 자네와 함께 떠나지 않은 것은 그까짓 간수들에게 발각되어 치도곤이를 당한다거나, 상어나 돌고래들에게 먹혀 바다귀신이 된다거나, 아니면 아홉 번째인 자네의 탈주가 또 실패하여 함께 되옭혀 올 것을 겁내 무서워해서가 결코 아닐세.
빠삐용! 내가 자네를 떠나보내기 전에 이 말만은 차마 못했네만 가령 우리가 함께 무사히 대륙에 닿아 자네가 그리 그리던 자유를 주고, 반가이 맞아주는 복지(福地)가 있다손, 나는 우리에게 새 삶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 말일세. 이 세상은 어디를 가나 감옥이고 모든 인간은 너나없이 도형수(徒刑囚)임을 나는 깨달았단 말일세.
이 죽음의 섬을 지키는 간수의 사나운 눈초리를 받으며 우리 큰 감방의 형편없이 위험한 건달패들과 어울리면서 나의 소임인 200마리의 돼지를 기르고 사는 것이 딴 세상 생활보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것을 터득했단 말일세.
빠삐용! 그래서 자네가 찾아서 떠나는 자유도 나에게는 속박으로 보이는걸세. 이 세상에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창살과 쇠사슬이 없는 땅은 없고, 오직 좁으나 넓으나 그 우리 속을 자신의 삶의 영토(領土)로 삼고 어려 모양의 밧줄을 자신의 연모로 변질(變質)시킬 자유만이 있단 말일세.
빠삐용! 그것을 알고 난 나는 자네마저 홀로 보내고 이렇듯 외로운걸세.
- 도형수(徒型囚) 짱의 독백
구상
빠삐용! 이제 밤바다는 설레는 어둠뿐이지만 코코 야자 자루에 실려 멀어져간 자네 모습이야 내가 죽어 저승에 간들 어찌 잊혀질 건가!
빠삐용! 내가 자네와 함께 떠나지 않은 것은 그까짓 간수들에게 발각되어 치도곤이를 당한다거나, 상어나 돌고래들에게 먹혀 바다귀신이 된다거나, 아니면 아홉 번째인 자네의 탈주가 또 실패하여 함께 되옭혀 올 것을 겁내 무서워해서가 결코 아닐세.
빠삐용! 내가 자네를 떠나보내기 전에 이 말만은 차마 못했네만 가령 우리가 함께 무사히 대륙에 닿아 자네가 그리 그리던 자유를 주고, 반가이 맞아주는 복지(福地)가 있다손, 나는 우리에게 새 삶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 말일세. 이 세상은 어디를 가나 감옥이고 모든 인간은 너나없이 도형수(徒刑囚)임을 나는 깨달았단 말일세.
이 죽음의 섬을 지키는 간수의 사나운 눈초리를 받으며 우리 큰 감방의 형편없이 위험한 건달패들과 어울리면서 나의 소임인 200마리의 돼지를 기르고 사는 것이 딴 세상 생활보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것을 터득했단 말일세.
빠삐용! 그래서 자네가 찾아서 떠나는 자유도 나에게는 속박으로 보이는걸세. 이 세상에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창살과 쇠사슬이 없는 땅은 없고, 오직 좁으나 넓으나 그 우리 속을 자신의 삶의 영토(領土)로 삼고 어려 모양의 밧줄을 자신의 연모로 변질(變質)시킬 자유만이 있단 말일세.
빠삐용! 그것을 알고 난 나는 자네마저 홀로 보내고 이렇듯 외로운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