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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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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0 1020
저자 : 김시천     시집명 : 늙은 어머니를 위하여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내일을여는책
하회탈
 
김시천
 

아버지는 이제 거의 다 만들었습니다
나는 이제 반쯤 만들었고
내 아이들은 이제 시작입니다
완성되어 갈수록 그것이
모두 하나로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아버지는 침묵할 것입니다
당신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마치 허물을 벗듯이 그렇게 하나의 탈을 만들어
보이지 않는 곳에 걸어두고 가겠지요
깊게 패인 주름마다 이야기 하나씩 들어있겠지요
인생이 얼마나 길고 고단한 일인가에 대하여
그러나 그것이 또한 얼마나 짧고 허망한가에 대하여
사랑 또는 이별에 대하여도 어쩌면
알 수 없는 웃음으로 말하고 가겠지요
아버지는 이제 거의 다 만들었고
나는 이제 반쯤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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