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피리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보리피리

가을 0 1040
저자 : 김시천     시집명 : 늙은 어머니를 위하여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내일을여는책
보리피리
 
김시천
 

어릴 적엔 벌거숭이로 놀아도 좋았지
맨발이어도 좋고 배가 고파도 좋았지
보리피리 꺾어 불며 종일 혼자라도 좋았지
보리밭 푸른 바다 한가운데를 헤엄치며 놀았지
누이가 걸어준 감꽃 목걸이 배고프면 하나 둘 따먹으며 놀았지
감자 서너 개 으깬 보리밥에 고추장 싹싹 비벼 먹고
멍석 깔고 누우면 무서운 옛날얘기 밤 깊은 줄 몰랐지
밤하늘 별꽃 하나 둘 헤면 모깃불 토닥토닥 자장가 불렀지
그러다가 나팔꽃이 젖은 몸을 일으켜 나팔을 불면
어김없이 눈부신 햇살이 산에서 내려와 방문을 두드리고
그러면 마술처럼 모든 일들이 다시 시작되곤 하였지
잉잉거리는 벌 소리의 유혹에 다시 또 넘어가고
돌담 아래 호박꽃 속에 숨어 있는 벌과 숨바꼭질하다가
아차, 그만 벌에 쏘여 온 집안을 홀딱 뒤집어 놓았지
아, 그 된장 ! 어디든 갖다 바르면 척척 약이 되던
벌 쏘인 손가락에 어머니께서 발라주시던 그 된장 !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고 말하지만
그건 옛날얘기일 뿐이라고 말들 하지만
어쩌랴 내 가슴은 아직 보리피리 필리리 필리리
어쩌랴 내 가슴은 아직 푸른 하늘 푸른 보리밭
어쩌랴 내 가슴은 아직 푸른 벌거숭이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