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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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떠나는 날

가을 0 1198
저자 : 김시천     시집명 : 늙은 어머니를 위하여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내일을여는책
세상 떠나는 날
 
김시천
 

세상 떠나는 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을까 

아무도 모르는 사이
슬며시 발바닥이라도 가렵진 않을까 

꽃이나 피면 가자 거나
꽃이나 지면 가자 거나
바람 불면 바람 분다고
눈비 오면 눈비 온다고
핑계 대고 있진 않을까

평생 입에 달고 살던
피리 산조 궁금해서
어이 갈거나
애지중지 가야금 열두 줄은
또 어이 두고 갈거나 

아, 그러나 그도 아니지
그도 아니야
결국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말못할 가슴 아픈 그 사연 하나 때문에
눈 질끈 감아버리고 말겠지 

세상 떠나는 날
그 때처럼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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