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큰절 늙은 중의 죽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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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큰절 늙은 중의 죽음에 대하여

가을 0 1097
저자 : 김시천     시집명 : 늙은 어머니를 위하여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내일을여는책
어느 큰절 늙은 중의 죽음에 대하여
 
                                        김시천
 

  '어느 큰절에서 늙은 중이 하나 죽었다'는 사실에 대하여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인산 인해를 이루고 몇 날 며칠을 밤낮으로 이야기하였다. 어떤 이들은 이제 부처가 되어서 떠나니 얼마나 기쁜 일이냐고 하였고 또 어떤 이들은 그냥 줄기차게 울기만 하였고 또 어떤 이들은  끊임없이 절을 올리며 염불을 하였다. 그런 와중에도 공양주들은 삼 시 세 끼를 잊지 않고 꼬박 밥을 해서 날랐고 상주가 된 그 늙은 중의 제자들이 그 늙은 중의 식어버린 몸뚱이를 지키는 사이 평소 그 늙은 중을 따르던 수백의 무리들이 수만 장의 연꽃잎을 만들어 풀칠하여 나르고 수천의 국화와 장미와 극락조화 등으로 일곱 가지 색 무지개 꽃상여를 만들었다. 드디어 그 늙은 중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끝맺기 위하여 다비식이 진행이 되자 사람들은 더욱 목청을 높여 그 늙은 중의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참으로 그 타는 불꽃이 장관임에는 틀림이 없었으니 그 '늙은 중의 죽음에 대한 온갖 무지개 빛 이야기들'이 다 타고 정확하게 그 '늙은 중의 죽음'만 남는데는 꼬박 하루가 걸렸다. 다 타고 재만 남았다. 바람이 불었다. 그제서야 그 늙은 중도 한 마디 거들었다. 쓸 데 없는 짓들을 하였구나 그냥 '늙은 중 하나 갈 때가 되어서 갔다' 하면 그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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