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과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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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과수밭

가을 0 1123
저자 : 김시천     시집명 : 늙은 어머니를 위하여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내일을여는책
겨울 과수밭
 
김시천
 

겨울이 깊어야 봄이 오는 거라고
잠결에 저들도 두런거리는 거야
산비둘기 소리에 푸드덕 놀라기도 하면서
저들도 한없이 깊어 가는 거야
한 번도 물러 선 적이 없는 수천 수만
들풀의 군대도 지금은 잠이 들고
독니를 숨기고 풀숲을 기던 독사도 지금은 잠이 들고
아침을 흔들어 깨우던 까치도
아침햇살에 이슬을 털던 풀벌레도
지금은 잠이 들고 잠 못 들던 밤벌레도
지금은 다 잠이 들고 버려진 제초제 빈 병도
지금은 잠이 들고
눈이라도 펑펑 내려 쌓이면 그만
눈 속에 묻혀 군불이나 지피면서 잠들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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