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어 이 다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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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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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어 이 다음에는

가을 0 1111
저자 : 김시천     시집명 : 늙은 어머니를 위하여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내일을여는책
나 죽어 이 다음에는
 
김시천
 

나 죽어 이 다음에는
대나무나 되었으면 좋겠구나
길고 곧게 뻗은 잘 생긴 대나무는 말고
야트막한 산밑에 시누대도 좋으니
구멍 몇 개 숭숭 뚫을 수만 있다면
작달막한 피리로나 다듬어져서
지난 세상 살면서 말못한 사연들
필리리 필리리 다 흘려버리고
막걸리 한 사발에 피리 산조나 한 바탕
놀다 갔으면 좋겠구나
이 세상 소풍 끝난 뒤 나도
참 즐거웠노라고 가서 그렇게
말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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