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는 강에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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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1 14:59
저자 : 정재영
시집명 : 농무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조선문학사
세월이 흐르는 강에서
정재영(小石)
흰빛 구름다리의
항아의 궁을 향해
길 떠난 바람을 붙잡아
갈대 속청으로 떨어대는
가슴속 대금의 흐느적거림은
늙어 고르지 못한
숨결이 증폭되는 소리입니까.
돌아가는 길
동구 밖 끝길까지
가다가다 돌아봐도
외톨이 장승되어
손 흔들고 계시던 얼굴보다
더욱 밝아서
부등켜 안을 수 없는
길게 늘어진 그림자도
숨죽여 토해내는 신음소리를
꾸역꾸역 삼키고 있고
가는 길가
끊겨진 강가에 앉아
물 속에 잠긴 고향의
지붕 위 박덩어리에 얹힌
사그러지고 있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길고 부드러운 흰 빛 손길이
실향의 물새들을
다독거려 잠재우고
흐르는 여울도
옆에서 잠자리를 펴고 있는데
달 나그네만
온 길보다 먼
서편 어두운 산을 향해
물길 속으로 난 길을
홀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정재영(小石)
흰빛 구름다리의
항아의 궁을 향해
길 떠난 바람을 붙잡아
갈대 속청으로 떨어대는
가슴속 대금의 흐느적거림은
늙어 고르지 못한
숨결이 증폭되는 소리입니까.
돌아가는 길
동구 밖 끝길까지
가다가다 돌아봐도
외톨이 장승되어
손 흔들고 계시던 얼굴보다
더욱 밝아서
부등켜 안을 수 없는
길게 늘어진 그림자도
숨죽여 토해내는 신음소리를
꾸역꾸역 삼키고 있고
가는 길가
끊겨진 강가에 앉아
물 속에 잠긴 고향의
지붕 위 박덩어리에 얹힌
사그러지고 있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길고 부드러운 흰 빛 손길이
실향의 물새들을
다독거려 잠재우고
흐르는 여울도
옆에서 잠자리를 펴고 있는데
달 나그네만
온 길보다 먼
서편 어두운 산을 향해
물길 속으로 난 길을
홀로 걸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