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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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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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저자 : 성수자     시집명 : 잎맥처럼 선명한
출판(발표)연도 : 2002     출판사 : 빛남
풀잎
 
                  성수자
 
 
남도로 떠나는 길에 만난
네가 있어 출렁이던 바람물결이
더 감미로웠다
한곳으로 쓸려 넘어지다 일어서는
가벼운 사유를 사랑하기로 했다
오랜 시간 지나고 보면 우리의 삶도
잘 삭혀 떠오를 하나의 껍질일 뿐
생각마다 추를 달아 무거운 짐을 지던 일
이제 가벼운 몸짓을 사랑하기로 했다
길은 그리움과 나란히 바다로 길을 내는데
황토흙 마늘밭이 제 살을 키우는 동안
보리밭 이랑이 이마를 맞대며
푸른 수염을 길러 내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여물어 살아가야 하는지
삭혀서 하나의 껍질이 되기 위하여
말하지 않아도 떠날 때는 고개 끄덕이며
등 보일 것 같은 사람이 풀잎 위를 걸어 간다
가로수 한없이 높아 가는 길을 달린다
눈길 멎는 곳에 산자락도 누워 있다
흙 속의 미물들을 길러내며 쑥이며 냉이줄기에
살을 붙이는 논두렁이 따라오다 제 자리로 돌아간다
스치며 지나치며 눈에서 멀어진 것
죄다 풀잎 되어 내 앞에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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