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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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밤엔

가을 0 1134
저자 : 손종일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시월의 마지막 밤엔

                    손종일


시월의 마지막 밤엔
부치지도 못할 긴 편지를 쓰겠습니다.
사랑하면서도 이별해야 했던
그리운 당신에게
넘치는 사랑만 써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엔
한 잔의 블랙 커피를 마시겠습니다.
입 안 그득히 쓴맛을 물고
당신 때문에 느껴야 했던
그 고통의 쓴맛을
가중되게 느껴보고 싶습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엔
우울한 음악을 듣겠습니다.
기쁠 때 들어도 슬퍼지는
멜라니사프카의 노래와
시월의 마지막 밤을 기억한다던
어느 남자 가수의 노래와
'묘비명' 을 들으며
당신과의 슬픈 인연에
못을 박겠습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엔
추억의 그 스낵에 가겠습니다.
한 잔 술에도 얼굴이 붉어지던
당신께서 즐겨 마시던
베네딕틴 두 잔을 시켜놓고
한 잔은 당신을 위해 마시고
남은 한 잔은 당신을 위해 남겨두고
그 스낵을 나오겠습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엔
바람 부는 거리를 걷겠습니다.
당신과 자주 걸었던 그 길을
그때 그 밀어들을 새기며
주홍빛 가로등 아래를
당신만을 생각하며
고통의 그 길을 걷겠습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엔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안개꽃을 좋아하던,
한여름의 빗줄기를 좋아하던,
병아리 색을 좋아하던
당신과
밤새도록 사랑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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