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별에 외로이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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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에 외로이 떨어져

가을 0 1115
저자 : 손종일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어느 별에 외로이 떨어져

                            손종일


그때,
그 비는 알고 있었으리라.
너와의 이별 아침에
절망적인 몸짓으로 적셔 오며
내 내면을 모두 파고들었던 그 비는
진정 내 서글픈 심정들을
다 알고 있었으리라.

아직까지 그 아픔 이기지 못해
비가 올 때마다 안절부절 해지는
빗물 도시,
암울에 찬 하늘만 바라보는
내 심정을 지금 이 비도 이해해주리라.

현재에 만족되지 못한다고 하자.
단 한 번도 네가 없는 세상이
꽃으로 필 수 있다는 진리를 믿지는 않았지만
교묘한 정열을 앞세워
그렇게 질책하여서라도
꽃은 피우고 싶었다.

이 세상에 남아 있는
모든 걸 네 이름으로 부여시키고
필요 조건으로
너와는 결부되지 못한 채
내가 어느 별에 외로이 떨어져
내 삶의 몫을 다 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네 기억 속에는 한때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인식쯤은
버리지 말고 살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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