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땅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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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30 14:53
저자 : 강미정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깊은 땅
강미정
아파트 공사장 외벽을 타던 당신 옆에서
젊은 친구 둘이 땅에 안겼다네
한 친구는 안전망을 뚫고
한 친구는 안전망에 걸리어
땅에 안겼다네 그 곁에서
당신은 고무장갑 낀 팔뚝으로 땀을 닦았고
물기 묻은 신발이 미끄러워 미끄러질 뻔하였고
무거운 헬멧을 벗어 던질 뻔하였고
일의 능률을 방해하는 안전벨트를 풀려고 했다네
젊은 친구들을 뒤질세라
일 못한다고 출근하지 마라 할까봐
내일이 두려워 열심히 두려움에 매달렸다네
삶의 두려움이 죽음의 두려움을 넘어갈 수 있는 것인지
올 스톱된 아파트 현장 정문에서부터
삶은 또 취하고 취해 집으로 돌아와
내일은 어느 곳에서 땅을 딛을 밥을 버나
침을 찍, 뱉으며 눈물도 나지 않는 문상 길
춘해병원이 어딨냐고 묻던 당신,
저 깊은 거리의 바깥은 지금 봄이네요
느닷없이 눈물나게 환한,
강미정
아파트 공사장 외벽을 타던 당신 옆에서
젊은 친구 둘이 땅에 안겼다네
한 친구는 안전망을 뚫고
한 친구는 안전망에 걸리어
땅에 안겼다네 그 곁에서
당신은 고무장갑 낀 팔뚝으로 땀을 닦았고
물기 묻은 신발이 미끄러워 미끄러질 뻔하였고
무거운 헬멧을 벗어 던질 뻔하였고
일의 능률을 방해하는 안전벨트를 풀려고 했다네
젊은 친구들을 뒤질세라
일 못한다고 출근하지 마라 할까봐
내일이 두려워 열심히 두려움에 매달렸다네
삶의 두려움이 죽음의 두려움을 넘어갈 수 있는 것인지
올 스톱된 아파트 현장 정문에서부터
삶은 또 취하고 취해 집으로 돌아와
내일은 어느 곳에서 땅을 딛을 밥을 버나
침을 찍, 뱉으며 눈물도 나지 않는 문상 길
춘해병원이 어딨냐고 묻던 당신,
저 깊은 거리의 바깥은 지금 봄이네요
느닷없이 눈물나게 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