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하다 손을 베이다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설거지를 하다 손을 베이다

가을 0 1431
저자 : 강미정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2     출판사 :
설거지를 하다 손을 베이다

강미정


설거지를 했습니다
개수통을 채우고도 모자라 바닥까지 쌓여있는 빈그릇,
밥값도 못한다고 자꾸 눈을 흘겼습니다
저 시선, 저 차가움, 저 비웃음, 저 이죽거림,
덕분에 나는 오래도록 외롭지 않았습니다
이 많은 그릇들을 비우며 나는 살아온 것이었습니다
밥값을 하려면 더 많은 빈 그릇을 씻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씻어도 끝이 없던 빈 그릇도 이런저런 생각에 다 씻겼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수통에서 수저를 건져 올리다 손이 베였습니다
개수통에 칼이 든 줄은 몰랐습니다
숟가락을 들어올리는 일이
밥을 푹 눌러 떠먹는 밥 먹는 일이
쓰윽, 나도 모르게 내가 베이기도 하는 일인 줄
뜨신 밥 한 그릇을 다 비울 때는 몰랐습니다
내 손끝에서 고통이 켜졌습니다
뜨끈뜨끈 비워낸 빈 그릇이 내 생을 밝혀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고통이 켜진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었습니다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