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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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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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

유용선 4 4341
저자 : 문태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가재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4 Comments
성연숙 2005.06.19 23:42  
어느덧 중년에 접어 들어 죽음의 여분을 공감 합니다.
우주호 2005.07.14 14:42  
수족관에 있는 가제미가 왜 바닥에 엎어 있다냐 했는데 이런 시가 나올려고 그랬나보군요
좌우를 흔들며 헤험쳐 가 ,에서 마른 내 몸 위에 적신다, 는 표현에 정말 깊은 생각을 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만 옥 2006.05.25 16:24  
삶과 죽음은 종잇장의 앞과 뒷면처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죽음까지 뒷장의 인생을 다 훑어 보아야 비로소 그의 인생을 올바로 읽을 수 있듯이 산 자와 죽음에 들어선 자의 관계는 자연인으로서의 두 사람의 한 육체에 다름 아닌 것이다. 우리는 죽은 자를 통하여 삶을 읽을 수 있고 산 자로 말미암아 죽은 자의 의미 있는 길을 발견할 수도 있다, 나와 나란히 누운 죽음에 들어선 자는 어쩌면 나의 분신인지도 모르고  나의 전생인지도 모른다. 설사 내가 누워 있을지라도 그녀는 나의 곁에 산 자로 나란히 누워 나의 마른 몸을 적셔줄 것이다. 가재미는 나와 남을 편 가르지 않는 동일한 인격의 인간임을, 삶과 죽음에 있어서 조차도 다를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홍귀연 2006.08.25 08:15  
죽음은 모든것을 내려놓아야하는 마지막 삶의 사투 가자미 눈처럼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누구도 함께 갈 수 없는 곳이기에 외로운 길을 홀로 떠나야 하는 아픔이죠..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