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령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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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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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

가을 0 2422
저자 : 황동규     시집명 : 악어를 조심하라고?
출판(발표)연도 : 1986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청령포 

                    황 동 규


  □ 늦눈

대철(大哲) 플라톤이 이상국가에서 시인(詩人)들을 몽땅 내쫓았다며,                   



노점상인 내쫓듯이, 좌판을 뒤엎고!
거 참 잘한 짓이지
가객(歌客)은 아따금 불러 창(唱) 한차례 듣고
술멕여 보내는 거여
아문
술 먹고도 행복치않은 자나
행복치 않은 체하는 자들은 꼬리표를 달도록
꼬리표 달아 어디로?
청송(靑松) 보호 감호소 ?
아니, 영월 청냉포로 보내지

스스로 자수해 신고하는 자도 있겠지
어느 늦눈 뿌린 날 오후, 영월 시외버스 정류장에 내려
택시 잡아타고 청냉포로 달려가
강을 가로질러 매어논 와이어를 잡고 건너는
밑이 평평한 배를 타고 주천강(酒泉江)을 건너곤
며칠 동안은 소리쳐도 모른 체 하라고
사공에게 돈을 주며 사정하는 자도 있겠지
눈 뿌린 끝이 환한 날

  □ 금표비(禁標碑)

삼면(三面)이 강물이고 뒤에는 육육봉(六六峰)험준한 봉우리
그 사이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송림(松林) 오천평(五千坪)
“동서(東西) 삼백척(三百尺) 남북사백구십척(南北四百九十尺)
이 밖으로는 절대 나갈 수 없음”
늦겨울 햇빛 눈부신 눈이불 속에
송림이 따스하다

금표비 곁에 조그만 움집 하나 짓는다면
힘든 계절 하나를 여기서 나고싶다.
먹을 것 한짐 싸지고 들어가
눈을 쓸고
종아리까지 빠지는 삭정이와 솔잎 걷어
밝고 가벼운 불 지피고
아침 저녁 주천강(酒泉江)물로 씻어내면
정신의 군더더기는 저절로 빠지겠지
꿈속에서마저 살이 마른 며칠 후
새로 구멍을 뚫어 허리조인 혁대를 매고 강가에 나가
불러도 건너오지 않는 사공을 기다릴 것인가?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자갈밭을 거닐다
저녁이 오면 흔쾌히 움막으로 되돌아 갈 것인가
아니면 이건 비밀이다,
신발과 양말 벗고 몸이 더 가벼워져
흐르는 얼음장 피하며 물을 살짝살짝 밟고
유유히 걸어 강을 건너 볼 것인가?

  □ 주천강의 봄노래

아이들이 노래하고 있다
얼음장 하나에 너댓씩 올라가
때로는 발을 구르며
긴 막대를 삿대처럼 저으며

얼음장들이 노래하고 있다
강 건너에는 어느샌가 여자애 여남은 명이 모여
재잘대고 깔깔대고 얼음뱃놀이를 구경하고 있다
저녁 햇빛받아
얼굴들이 환하다
빛나는 것들이 재잘대고 깔깔거린다

얼음이 노래한다
청냉포가 오르내린다
노래하고 옷는 것들 앞에서
노래하고 옷는 몸짓이라도 해야할까
마음을 온통 바람에 맡기고……
저놈 봐!
애 하나가 자지러듯 웃다가 미끄러져 물속으로 빠진다
아 차거!
그애와 내가 동시에 떨며 건져진다
위아래 이가 힘차게 부딪칠 때
함참 밝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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