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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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0
2005.07.27 08:13
저자 : 고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안녕
고 은
무슨 샌지, 흰 색에 갈색이 섞인 게
비둘기만한 새가 대낮에 회색 매에게 매섭게
기습을 당했다. 매서운 매가 두 다리로 짓눌러 놓고
순한 머리 깃털을 모조리 뽑아 버렸다.
높이 둘러싼 까마귀 떼가 소리소리 큰일을 알렸다.
영아가 방에서 뛰쳐나가자 매는 날쌔게 피하고,
날지 못하는 새는 겁이 난 눈을 꽃나무 그늘에 숨겼다.
아직 살았나.
우리가 떠다 준 걱정을 마셨다.
별을 기다리던 새는 방문 앞에 와서 조용히
몇 시간 서 있었다. 그러다 고향이 그리웠었나. 가만히
'안녕'을 남겨 놓고 떠나간 자리에 어둠이 내내 고요했다.
깃털이 다 뽑히고도 귀여운 새야, 착한 새야,
잘 살아나, 잘 살아라.
오늘까지도 아내와 내가 너를 찾아보고 있다.
고 은
무슨 샌지, 흰 색에 갈색이 섞인 게
비둘기만한 새가 대낮에 회색 매에게 매섭게
기습을 당했다. 매서운 매가 두 다리로 짓눌러 놓고
순한 머리 깃털을 모조리 뽑아 버렸다.
높이 둘러싼 까마귀 떼가 소리소리 큰일을 알렸다.
영아가 방에서 뛰쳐나가자 매는 날쌔게 피하고,
날지 못하는 새는 겁이 난 눈을 꽃나무 그늘에 숨겼다.
아직 살았나.
우리가 떠다 준 걱정을 마셨다.
별을 기다리던 새는 방문 앞에 와서 조용히
몇 시간 서 있었다. 그러다 고향이 그리웠었나. 가만히
'안녕'을 남겨 놓고 떠나간 자리에 어둠이 내내 고요했다.
깃털이 다 뽑히고도 귀여운 새야, 착한 새야,
잘 살아나, 잘 살아라.
오늘까지도 아내와 내가 너를 찾아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