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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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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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

가을 0 2234
저자 : 김현승     시집명 : 김현승시전집
출판(발표)연도 : 1974     출판사 : 관동출판사
평범한 하루

                김 현 승


파초는 파초일 뿐,
그 옆에 핀
칸나는 칸나일 뿐,
내가 넘기는 책장은 책이 되지 못한다.

의자는 의자일 뿐,
더운 바람은 바람일 뿐,
내가 누워 있는 집은 하루 종일
집안이 되지 못한다.

그늘은 또 그늘일 뿐,
매미 소리는 또 매미 소리일 뿐,
하루 종일 비취는 햇볕이
내게는 태양이 되지 못한다.

넝쿨 장미엔 넝쿨 장미가
담은 담일 뿐
차라리 벽이라도 되지 않는다.
나는 그만큼 이제는 행복하여져 버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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