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운소묘(夏雲素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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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운소묘(夏雲素描)

가을 0 1747
저자 : 김현승     시집명 : 마지막 지상에서
출판(발표)연도 : 1975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하운소묘(夏雲素描) 

                        김 현 승


그날의 은방울이
하늘에서 울기 전
여섯시엔
산마루의 정말체조(丁抹體操)
삼십분엔 분홍빛 공길 찢어라
태양이 보석처럼 쏟아지게……

오전의 해협을 건너오는
너희들의 여름 옷이 이다지도 흰 것은
저 봉우리와 젊은 섬들이
이렇게도 푸른 탓.

정오의 사이렌이 채찍 끝처럼
어느 도심에서 휘어지면
일제히 서쪽으로 셔터를 내리는
가로수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소낙비의 급강하 훈련이 없는 오후엔
띄엄띄엄 만화를 그리거나
이발(理髮).

사라진 궁전을 짓기 위하여
푸른 들 끝에 화강암을 나르기도 하고,

고가선 너머
도시의 가장자리가 연기에 물드는
보랏빛 시간이 오면
먼 들 끝에 호올로 나아가
제주마(濟州馬)를 몰고 가는 목동이 되든지
그렇지도 않으면
먼 하늘 가에 아름다운 홍포(紅布)를 입은
꿈 속의 성주(城主)라도 한 번 되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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