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아이
유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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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5 01:15
저자 : 한성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물의 아이
한성례
원색을 하늘하늘 춤추게 하고
그림을 음악으로도 흐르게 하는
마티스의 그림처럼
동경북쪽 산 속의 시마(四万)온천
작고 흰 벌레들이 꿈틀꿈틀 강물처럼
사선으로 날며 흐르고 있다
꼭 하루살이 같은 날것들은
바닥에도 닿지 못하고
허리춤 어딘가에서 사라져 버린다
중간쯤에서 끊어지는 관계들을 폐기해나가듯
몸부림 속에서도 가볍다
목숨 할딱거리며
바닥에 내려 앉아보려 하는 측도 있지만
뜨거운 땅바닥의 거부로
발뒤꿈치를 땅에 내리지도 못한다
어디에도 자리 잡지 못하고 떠도는 너희들
양수 같은 노천온천 물속에
알몸으로 서서
가벼이 스러지는 것들을 손 벌려
조심조심 받는다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한 채 죽어간 아이들을
‘물의 아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떠난 아이들은
밤하늘의 별로 빛난다고 믿었다
그러나 거기로도 들어가 박히지 못한
저 벌레들은
허공을 맴돌다 맴돌다
잠시 들어앉았던 자궁 안이 너무도 그리워
다시는 들지 못할
따스한 물 속을 향해
하염없이 떨어져 내린다
초겨울 온천지에 날리는 진눈깨비
한성례
원색을 하늘하늘 춤추게 하고
그림을 음악으로도 흐르게 하는
마티스의 그림처럼
동경북쪽 산 속의 시마(四万)온천
작고 흰 벌레들이 꿈틀꿈틀 강물처럼
사선으로 날며 흐르고 있다
꼭 하루살이 같은 날것들은
바닥에도 닿지 못하고
허리춤 어딘가에서 사라져 버린다
중간쯤에서 끊어지는 관계들을 폐기해나가듯
몸부림 속에서도 가볍다
목숨 할딱거리며
바닥에 내려 앉아보려 하는 측도 있지만
뜨거운 땅바닥의 거부로
발뒤꿈치를 땅에 내리지도 못한다
어디에도 자리 잡지 못하고 떠도는 너희들
양수 같은 노천온천 물속에
알몸으로 서서
가벼이 스러지는 것들을 손 벌려
조심조심 받는다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한 채 죽어간 아이들을
‘물의 아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떠난 아이들은
밤하늘의 별로 빛난다고 믿었다
그러나 거기로도 들어가 박히지 못한
저 벌레들은
허공을 맴돌다 맴돌다
잠시 들어앉았던 자궁 안이 너무도 그리워
다시는 들지 못할
따스한 물 속을 향해
하염없이 떨어져 내린다
초겨울 온천지에 날리는 진눈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