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행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가을행

문재철 0 1923
저자 : 문병란     시집명 : 문병란시집
출판(발표)연도 : 1994년 11월 1일     출판사 : 시와사회사
가을행    문병란


가을 아침 문득
손수건 한 장으로 길을 나선다
아무 준비 없는 길 떠남이
이토록 가슴 설레임은 무엇일까,

모르는 얼굴들 틈에서 두리번거리며
쫓겨가는 사람모양  서글픔을 안고
다음 열차를 기다려 개찰구 앞에 서면
제법 감도는 인생에의 비장감,
누구에게 결별을 고하지 않았어도
나의 애틋한 마음 허공에 운다.

인간의 고단한 삶이여, 줄줄아 매다린
온갖 속연들, 마누라와 자식과
제자와 직장의 동료와 여러 친척들,
그들의 눈빛은 오히려 선하기만 하거니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차표 위에는
유언처럼 슬픈 내일의 이정표가 흐른다.

다시 오지 못할 길일지라도
후회 하지 말라 가을 바람은 소슬하고
내 피에 섞인 역마성은
먼 하늘의 흰구름을 손짓해 부른다.

떠남을 재촉하는 철맞은 코스모스야
너마저 방랑을 유혹하는 아침,
시를 버리지 못함도 정녕 하나의 형벌이거니
단벌 옷으로 떠나는 이 아침에도
나의 목적지는 아직도 정해져 있지 않다.

[이 게시물은 가을님에 의해 2005-10-14 06:48:57 시등록(없는 시 올리기)(으)로 부터 이동됨]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