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앞 논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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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앞 논둑길

허정자 0 1026
저자 : 허정자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고향집 앞 논 둑길
글/허정자

하늘빛 푸르고 갈대 잎 흔들거리는
벼이삭 논둑콩잎 노랗게 물든 어느 가을날
새 색시 버선신고 시집오든 길

어머님 육십 세 내 나이 스물 셋 어머님 손잡아 맞이하더니
내 나이 육십 어머님 기일 날
밤 대추 다듬고 재수준비 정성 드려 해놓고
아이들 마중 나와 논둑 가에 섰는데
그 옛날 날 기다리든 어머님 닮았다

너희들 어디까지 왔느냐고 휴대전화로 물어보지만
그 시절 어머님 말없이 기다리든 집 앞 논 둑길.....

님 찾아갔는지 어머님 좋아 갔는지 내 인생 찾아갔는지?
솔가지 헌들 거리고
담 밑의 죽순은 밤사이 우뚝우뚝 커지든 고향집
가을걷이 담장 위로 수숫대 고이 말리시든
내 나이 육십에 어스름 달빛이 어머님 얼굴 그린다

북만 산천간 그 님 어머님 따라 오늘 저녁 오실랑가...
하늘 빛 처다 보니 구월 열 여드레
작아지는 하늘빛 엶은 구름이 가리네.

햇콩 햇밤 감나무 홍시랑 올망졸망 보자기 묶어서
이 아들집 저 아들집 부지런히 다니시더니
해 가고 달 가니 세월 장사이기지 못하시고
어머님 본 고향 가셨습니까..

백 만년 살 것 같이 그렇게도 아끼시고
동트기 전 일어나셔서 발 뒤 굽 다 다르시어서 갈라져 피나셨는데
옛집 헐어시고 신식 집 지으실 때 그렇게 좋아하시더니
다 버리고 다 그냥 두시고 떠나실 것을
인생은 그런 건데도 다 그런 건데도..
덩그런 큰집에 맛 동서 내외가 어머님 닮아서 허리 구부려 살고 있네요
이 저녁 자정에 어머님 오십니까.?

모두 어머님 닮아가고 있습니다
세월은 이렇게 이렇게 흘러가는군요 어머님
다홍치마 파란 저고리입고 이 논둑 길 왔는데
어느새 내 며느리 자가용 타고 저기 옵니다 어머님 제사 모시시려고요...

옆에 신 장로가 크게 났는데
이 저녁 저는 이 논둑 길을 걸어봅니다
등뒤에서 소쩍새가 소쩍 소쩍 울고 있네요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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