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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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아버지

가을 0 1024
저자 : 김종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레미콘 아버지

김종미

 
쉴새없이 어르고 달래지 않으면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삶
그런 삶을 등에 업고 가능한 한 빨리 달려야 했던
레미콘, 여기 멈춰 서있다
그동안 이 도시의 아파트는 50층으로 자라나 버렸고
어두운 5층짜리 아파트는
폴짝폴짝 난간에서 빛이 뛰어내리고 있다
뛰어내리는 빛을 간신히 받아먹는 작은 정원은 지금 겨울이다

등이 가려운 아버지, 얘야
돌아누우신다 오늘도 꽃이 피었니
꽃은 없고 줄기만 완강하게 드러난 마른 등
긁어드리면 아버지가 삼킨 자갈과 모래
굳어 가고 있어
늑골이 비치는 가슴 아직도 마음은
젊은 날의 정원에 뿌리박힌 채
격정에 휩싸이게 하는 삶의 이물질을 씹는다
아파트들이 자라 이쪽으로 와요, 아버지
우리 집을 둘러싸요
우리 집도 쑥숙 키가 자라야 해요
레미콘이 돌리고 있는 아버지
이제 어디다 쏟아드릴까요
이제 재건축이 되면 아버지 무덤은 정말 높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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