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속의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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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속의 나날

가을 0 1248
저자 : 강해림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상자 속의 나날 

강해림


 상자 속에서 사방연속무늬 벽지의 무늬를 따라 가다 길을 잃었다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폐쇄된 상자 속에서 보낸다 칙칙한 회색빛 아파트 상자 속에서 잠들고 깨어나 상자 속을 전전하다 하루를 반납한다
 스스로 열어보일 수 없는 나는 상자였다 꿈은 덜컹거릴수록 아름답고 벽제 화장터 검은 상자(棺) 속 같은 내 몸은 열려 있으면 불안하다 오래 봉인된 것들…… 마른 장작개비처럼 활활 타오르던 내 영혼이 수습되기 위해 바쳐진 상처며 끝내 삭지 않고 시위하던 내가 걸었던 길들, 그리고 때 맞추어 꾸역꾸역 넣어주던 건방진 생각의 밥알들 무게에 겨워

채울수록 텅 빈, 공명통 같은
저 검은 상자가 가는 길
시간의
붉은 혓바닥 널름거리는 불꽃 속으로
깜빡이도 없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똑닥대는 시계소리가 운송하는,
마침내 생을 마감하는 날
누군가 쾅쾅 못질할 상자 속의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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