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악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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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9 23:18
저자 : 강해림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오래 된 악보
강해림
깊은 밤 낙숫물 소리에
마음은 누수가 되어 흘러가는가 잠 못 이룰 때
살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밤
뚜뚜, 말줄임표 같은 수신음만 남기고
끊어지는 정적 멎을 것 같은 순간이 흘러가고 흘러올 때
유효기간 지워진 빵봉지 속에서
치사량이 넘는 슬픔이 스멀스멀 붉은 반점으로 피어나
부글거리며 발효되기를 기다릴 때
썩은 웅덩이 속에서 그것도 물이라고
지독한 무지개가 피어나 추억이 질척거릴 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재크의 콩나무처럼 상승하는 욕망들끼리
서로 눈 마주치지 않고 서 있을 때
아무리 악을 쓰고
매달려본들 헛바퀴만 굴리고 있을 뿐
자책하는 낯빛으로 노을이 깔릴 때
누렇게 바랜, 세상의 한쪽 페이지가 뜯겨져나가고
슬픔처럼 아늑한 음악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
강해림
깊은 밤 낙숫물 소리에
마음은 누수가 되어 흘러가는가 잠 못 이룰 때
살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밤
뚜뚜, 말줄임표 같은 수신음만 남기고
끊어지는 정적 멎을 것 같은 순간이 흘러가고 흘러올 때
유효기간 지워진 빵봉지 속에서
치사량이 넘는 슬픔이 스멀스멀 붉은 반점으로 피어나
부글거리며 발효되기를 기다릴 때
썩은 웅덩이 속에서 그것도 물이라고
지독한 무지개가 피어나 추억이 질척거릴 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재크의 콩나무처럼 상승하는 욕망들끼리
서로 눈 마주치지 않고 서 있을 때
아무리 악을 쓰고
매달려본들 헛바퀴만 굴리고 있을 뿐
자책하는 낯빛으로 노을이 깔릴 때
누렇게 바랜, 세상의 한쪽 페이지가 뜯겨져나가고
슬픔처럼 아늑한 음악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