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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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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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가을 0 1168
저자 : 강해림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환절기 

강해림


 건조주의보가 내렸다 하루 한 번 우체부가 다녀가고 우편함엔 그 날이 그 날인 채 꽂혀 있다 늘 같은 주파수를 향해 열려있던 창, 먼지가 끼고 오래 잊고 지냈던 풍경 하나를 모자이크하여 보여준다 난시청의 계절, 마음은 볕이 잘 들지 않던 베란다 빨래처럼 온종일 저 혼자 마르고 방금 막 꽃망울 터트린 꽃소식에도 입맛을 잃었다
 황사바람이 분다 온종일 무료해진 봄햇살이 거리의 구석진 곳을 찾아 꾸벅꾸벅 졸고 있고, 잠이 들면 꿈조차 건초 냄새가 났다 꿈은 동시상영관처럼 추억과 현실을 늘 동시에 상영한다 무심코 눈길 멎은, 찢어진 영화 포스터 속에서 반라의 늙은 여배우가 웃고 있다 반쯤 벌어진 입술은 왠지 관능적이지 않다 격정도 더 이상 체념할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입술로 계절은 침묵한다

 꿈은 한 송이 드라이 플라워로 만들어 장식한 후 오래 관망하는 것만으로 아름다운가 마른 불씨를 숨기고 아무 일 아닌듯 그저 기다림에 익숙한 사람들 서성거리는 창가, 마음은 들불처럼 바람소리에 불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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